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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일상서재/입고 도서

[입고도서] 춥고 더운 우리 집 / 공선옥 산문

by 일상수집가 2021. 11. 20.

[입고도서] 춥고 더운 우리 집 / 공선옥 산문
우린 단 한번도 만족스런 집에 살아본 적 없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항상 만족스런 집을 꿈꾼다.
닿지 않는 현실에 화도 나고 무기력해지지만-
불행했다.
라고 느껴지는 집을 떠올려도
마냥 차갑지만은 않은 건
그곳에 머무는 동안 싫든 좋든
누군가가 내뿜는 온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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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보령의 산 속에 잠시 거처를 둔 적이 있다.
아마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그 공간을 스쳤던 듯 하다.
마을의 커다란 쌀창고가 기억자로 집 앞마당을 가리고
앞마당에는 눈이 무릎만큼 쌓였다.
눈이 없는 날엔 배드민턴 채를 들고 나갔다.
현관문이 있는 뒷마당을 나서면 바로 개울이 흐르고,
얕은 개울을 넘어서면 높은 산이 있었다.
개울은 비가 내리면 집을 삼킬듯 매서웠다.
작은 부엌과 네 가족이 모여 잠들던 한 칸의 방,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창고처럼 쓰였던 또 한 칸의 방,
현관을 나와 뒷마당, 앞마당을 훑고 들어가던 푸세식 화장실,
해가 지면 그 곳에 가는게 너무도 무서워
형을 끌고 화장실에 가서 조용해질 때마다,
형 아직 있냐며 말을 걸었다.
그 마당을 지나 마을을 나가는 방향으로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가게가 열려 있던 시간이 그리 많았던 것 같진 않은데,
가게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문이 하나 있었고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있었다.
그 곳엔 티비가 있었고,
오락을 조금 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지금 가게가 딸린 집을 꿈꾸는 건
아마 그 때, 그 잠깐의 기억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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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그의 문구는 책의 본문이 아닌 책방지기의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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